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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딸기" /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
어느 해 봄철에 엘리자베스 루카스 교수는 어린이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후원자 한 분이 어린이들을 위해 딸기 한 상자를 보내왔다. 딸기가 무척 싱싱하고 잘 익었는데, 조금 상한 딸기도 섞여 있었다. 약 15% 정도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상한 딸기였다.
루카스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딸기도 두 개의 바구니에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먹을 수 있는 싱싱한 딸기를 골라서 그릇에 담도록 했다. 다른 그룹 아이들에게는 반대로 먹을 수 없는 상한 딸기를 골라서 그릇에 담도록 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주어진 방법으로 딸기를 선별했다. 루카스 교수는 딸기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싱싱한 딸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싱싱한 딸기를 골라낸 그룹의 아이들은 거의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반면에 상한 딸기를 골라낸 아이들은 싱싱한 딸기의 양이 실제보다 훨씬 적다고 대답했다. 싱싱한 딸기가 전체의 반도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 실험을 여러 성인 집단에 반복했을 때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은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한다. 인류는 원시시절부터 맹수들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강력한 부정성 편향의 신경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긍정적인 정보(싱싱한 딸기)'보다는 '부정적인 정보(상한 딸기)'를 더욱 중요하게 인식한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카운슬링은 마음속 상처들을 모두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을 치료로 여겨왔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마음을 털어 놓으면 시원한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 본래 카타르시스의 어원이 설거지에서 나왔다. 마음속의 상처들을 털어놓으면 설거지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속의 찌꺼기들을 실컷 이야기하며 울도록 하는 것은 카운슬링 초기과정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것은 초기과정이지 카운슬링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상담학은 '마음속 털어놓기'가 카운슬링의 초기과정을 지나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을 위험 신호로 간주한다. 마음속 상처를 한번 시원히 털어놓고도 계속해서 그 상처에 몰두하는 내담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마음속 상처는 털어놓는 동시에 그 상처를 더 키우기가 쉽다. 상한 감정을 폭발시켜 증발시키는 게 아니라, 한층 더 달구거나, 심지어는 이미 정리되었던 과거의 비극까지 다시 파헤치는 경우도 흔하다. 교회 안에서 우리의 중보기도와 지지그룹에서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1931년 오스발트 붐케는 "카운슬링 과정에는 지나치게 말이 많다. 특히 내담자에게 말을 너무 많이 시킨다"라고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지난 30년 넘게 카운슬링 현장에서 살아온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그의 경고는 지금도 매우 유효하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정서나 감정도 인간의 보편적인 일반 법칙에 적용된다는 것을 반복해서 깨달았다. 마음의 상처와 고민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끊임없이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근심까지 낳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반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근심은 저절로 소멸된다. 오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점점 퇴화된다. 마음도 몸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루카스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침묵이 바로 치료약"라고 말한 바 있다.
성경은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말한다(고후 5:17). 행복이란 싱싱한 딸기를 감사하는 것이 아닐까. 상한 딸기는 버리면 그만이다.